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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나무
[렛츠리뷰]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동화를 좋아하세요? 이 글을 읽는 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도 계속 동화를 좋아합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좋아하는 것이 동화풍의 소품이나 그림도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부터 렛츠 리뷰에 신청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인지 동화 속 선물같은 빨간 소포 안에 담겨서 택배로 도착했네요.



1. 인간의 손

 가끔, 모 방송사에서 해 주는 '@활의 @인' 같은 프로를 볼 때마다 두 가지 포인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는 멘트에서도 직접 나오는 '달인을 찾기 어렵게 하는 기계화의 침범'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무섭게 세상이 소비되고 있는가'지요. 
  뜬금없이 방송사 이야기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주된 모티브 하나가 그것이니까요. 물론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과 '느림의 미학'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책을 읽으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프리가 라는 여주인공이 마법사와 세탁부로 계약한다는 내용이죠. 문제는 그 계약의 내용에 있습니다. 마법사는 세탁을 '반드시 인간의 손으로' 99번 세탁하기 전에는 떠날 수가 없다고 못 박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마법이라는 것은 아주 편리하고도 훌륭한 기술이죠. 거의 모든 소설에서 하나의 행위에 대한 별다른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마법입니다. 물론 그 여러가지 마법의 공통적인 속성만을 따져내면 말입니다.
(그에 따른 규칙성이나 법칙, 인과적이지 않은 대가 같은 것은 그냥 넘겨버립시다. 그것은 그냥 나쁘게 말하면 설정놀음;일 뿐이고 좋게 말하면 하나의 세계관에 불과한 것이니까...)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마법의 속성을 다르게 바꿔버립니다. 유치하게 말하자면 '마법도 못하는 게 있다'는 것으로 표현이 되겠고, 조금 더 뭔가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마법도 그 마법을 실현하는 현실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책이 무슨 과학책이나 경영서가 아니라서, 작가는 그 말을 직접 쓰는 대신 이 소설에 조금 더 메타포를 섞어 놓았습니다.


2. 도마뱀이 되려고


저는 책을 읽을 때 후기나 또는 전기(보통 작가의 말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를 먼저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가끔 미리니름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알면 책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지거든요. 어쨌든, 이 소설의 전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말이자 이게 작가의 의도구나 싶은 것이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공부를 왜 하느냐에 대한 대답인, '도마뱀이 되려고'.
                          바로 이 그림 말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이 그림을 알고 있었기에, 작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힘. 마법세계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힘. 작가가 그 경계를 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하였기에, 자연히 소설에서도 그 부분에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과 늪지의 경계, 아즈다의 땅, 인간과 마녀, 숲, 그리고 무엇보다도 페리그리누스 세계와 아브로르의 세계. 경계를 넘는 다는 것은 곧 그 두 세계가 이어져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서는 과학이나 마법이나 같은 말이지요. 마법은 현실에 나타나고, 현실적인 대가가 없으면 마법은 아무 소용이 없어집니다.

 3. 그 외, 다른 것들.

 일단 예와 아니오로 나눠지는 것들부터 나열해 보겠습니다. 전쟁이 나오냐면 아니오이고, 드래곤도 나오지 않습니다. 모험이라고 물으면 아니오, 궁정의 암투와 생생한 정치일기라고 물어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마법사라고 물으면 예이고, 동화같은 이야기인가 하고 물어도 예입니다. 마녀도 예스, 매력적인 주인공들도 예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느냐, 하는 말에도 예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소설의 매력은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노파심에 사소한, 어쩌면 중요한 것들을 다뤄 본다면,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책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자체가 두껍고 이야기도 쉼이 없이 진행되는 편이라서 중간에 그만두기가 곤란하거든요. 동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

렛츠리뷰
by 어린나무 | 2008/07/03 15:52 | 책사이 서표 | 트랙백 | 핑백(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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